오늘은 저의 생일날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축하해 주었습니다. 선물도 받고 맛있는 음식도 먹었습니다. 그런데 저녁 식사 시간에 아내가 정성껏 차린 생일상 앞에서 아이들에게 고함을 치고 집안에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말았습니다. 속으로 “참아야만 하느니라”를 수 없이 반복하며 참으려 했으나 견딜 수 없는 아이들의 소음과 아빠의 말씀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 녀석들의 모습에 결국 자제력을 잃고 저녁 밥상 분위기를 그렇게 싸늘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저의 생애에 가장 조용하고 식사에만 집중했던 생일밥상이 되었습니다. 어느 나라의 옛 신화 중에는 “떠나가 버린 신”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본래 그 신은 인간들 바로 위의 하늘에서 살았습니다. 물론 인간과 신의 관계는 무척 좋았습니다. 그러나 점차 인간들의 수가 늘어나고 새로운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인간세계는 소음으로 가득 찼습니다. 인간들이 만들어 내는 소음에 신들은 낮잠도 편히 잘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결국 인내의 한계에 도달한 신들은 인간들을 떠나 먼 하늘로 가버렸습니다. 그 후 인간과 신의 관계도 소원해지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인간들의 세상이 얼마나 시끄러웠으면 신들이 그들을 피해 멀리 도망을 가버렸을까요? 저는 우리 집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 때 마다 이 신화를 떠올리며 쓴 웃음을 짓곤 합니다. 나도 확 떠나 버릴까? 우리 집뿐만 아니라 우리의 세상 자체가 그야말로 소음 덩어리입니다. 한동안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전국이 시끄러웠습니다. 얼마 전까지 베이징 올림픽으로 인해 무척 소란스러웠지요. 요즘엔 중국산 유지제품에서 검출된 멜라민 문제로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변사체로 발견된 유명 탤런트와 위암에 걸린 미모의 여배우 정부의 종합부동세법 개정 및 그린벨트 철폐 추진 움직임 대통령 선거와 대기업의 부도로 들썩거리는 미국의 상황 김정일의 건강 악화와 핵시설 재가동을 둘러싼 북한의 동요 등으로 하루도 편하고 조용할 날이 없습니다. 정말 시끄러운 세상입니다. 예수님께서 새벽 미명에 한적한 곳에서 기도하셨다는 성경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영국의 영성 학자 이블린 언더힐은 우리의 영생생활을 위해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으라고 권면합니다. 세상의 끔찍한 소음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한적한 곳”과 “골방”이 정말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우리 자신도 잊고 세상도 잊고 우리의 복잡한 삶 자체도 잊고 오직 하나님 한 분께만 집중할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이 우리에게 너무나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그래서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이 “조용한 시간”(Quiet Time)을 정기적으로 갖나 봅니다. 정말 조용히 살고 싶습니다. 여러분 조용히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