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11-02-19 뱀의 꼬리를 잡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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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를 따르는 삶은 시종일관 모험입니다. 그러기에 철학자 파스칼은 그의 유명한 책 <팡세>에서 신앙을 도박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인디아나존스>처럼 관객들에게 모험은 스릴 만점의 즐거움이지만 당사자들에겐 지독한 고문입니다. 예전에 운전 중 초보운전자의 자동차 뒤를 따르게 되었습니다. 그 차의 유리창에 이런 글귀가 붙어 있더군요. “답답하시죠? 저는 환장하겠슈.” 저의 초보시절을 떠올리며 한참 웃었습니다. 총알 같이 날아가는 차들 틈에서 얼마나 불안하고 답답했을까요? 멈출 수도 계속 갈 수도 없는 상황. 그러나 계속 가야만 하는 초보운전자의 운명. 제자의 삶이 이것과 많이 비슷합니다. 어느 날 하나님께서 목동으로 전락한 늙은 모세 앞에 나타나셨습니다. 그러면서 그에게 광야를 떠나 에굽으로 떠나라 명하십니다. 단지 고향을 방문하는 신나는 여행이 아니라 바로의 손에서 동족들을 구출하는 위험천만한 미션입니다. 이 엄청난 명령 앞에서 늙은 모세는 당황합니다. 이때 하나님은 모세에게 그의 손에 있던 지팡이를 땅에 던지라 명령합니다. 땅에 떨어진 지팡이는 곧 흉측한 뱀으로 변했습니다. 그 순간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다시 명령하십니다. “네 손을 내밀어 그 꼬리를 잡으라.” 뱀을 잡으라는 것도 말이 안 됩니다. 그런데 머리도 아닌 꼬리라니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이 명령 앞에 모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왜 하나님께선 늘 이런 상황으로 당신의 사람들을 몰아가실까요? 왜 하나님은 70대의 노인이었던 아브라함에게 고향을 떠나라고 명하셨을까요? 왜 소년 다윗은 거인 골리앗 앞에 홀로 맨몸으로 혼자 서야 했을까요? 왜 늙은 한나는 자신의 하나뿐인 어린 아들 사무엘을 하나님께 받쳐야 했을까요? 왜 엘리야는 혼자서 그 많은 바알 선지자들과 상대해야 했을까요? 왜 예수님은 겁에 질린 베드로에게 물위를 걸으라 명했을까요? 왜 부활하신 주께선 학자 바울을 떠돌이 전도자로 만드셨을까요? 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맨손으로 선교지를 향해 떠나도록 명령했을까요? 왜 하나님은 겟세마네에서 예수님의 간곡한 부탁을 냉정히 거절했을까요? 왜 하나님께서 밧모섬에서 외로이 늙어가던 사도 요한에게 천기를 누설하셨을까요? 성경의 이야기들은 온통 이런 터무니없는 위기들로 가득합니다. 생각해 봅니다. 성경만이 황당한 상황으로 가득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삶 자체가 모험이며 도박입니다. 합리적 예측과 판단이 불가능한 혹은 무의미한 세상입니다. 실존주의 철학자들의 판단처럼 부조리한 세상에서 합리적 삶은 애초부터 불합리할 뿐입니다. 이런 터무니없는 세상에서 하나님은 당신의 사람들에게 뱀의 꼬리를 잡으라 명하십니다. 오직 이 명령에 순종할 수 있는 믿음과 용기를 가진 자만이 하나님의 사람으로 쓰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직 그런 사람들과 하나님이 세상을 뒤엎기 때문입니다. 사실 모세가 한 일은 없습니다. 늙은 그가 자신의 육신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의 믿음과 용기를 통해 하나님이 세상을 바꾸셨습니다. 오늘도 뱀의 머리가 아닌 꼬리를 잡으라는 황당한 명령에 순종하며 손을 뻗치는 사람들을 통해 하나님의 역사는 지속됩니다. 그 명령에 우리가 답할 때입니다.                                                                                                                         배덕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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