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13.04.28. 하나님과의 수다

주사랑교회 0 1,744

하나님과의 수다

 

오랜 만에 친구를 만나, 밤새도록 수다를 떨었습니다. 친구가 홍대 앞에 연구소를 마련하고 청년들 대상의 인문학강좌를 시작했습니다. 그 준비 과정에서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해 늘 빚진 마음이었는데, 강의 한번 해달라는 부탁에 주저 없이 달려갔습니다. 사실 주저함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제 전공이 아닌 내용을 강의해야 했기 때문에, 마음에 부담이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평소에 나의 불편한 부탁을 거절한 적이 없던 친구이기에, 저도 부담은 있었지만 강의를 수락했습니다.

 

존경하는 형님 두 분도 아우가 상경했다는 소식을 듣고, 늦은 저녁에 홍대로 오셨습니다. 그리고 네 남자의 수다가 시작되었습니다. 밤 9시 반에 시작된 수다는 새벽 3시 반까지 이어졌습니다. 신학, 목회, 정치를 넘나들며,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야기가 지속되었습니다. 때로는 황당한 이야기에 배꼽을 잡았고, 때로는 무너지는 사회와 교회를 생각하며 분위기가 침통해졌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대화였기에, 무슨 말을 해도 긴장할 필요가 없었고, 누가 말을 해도 진지하게 경청했습니다. 그래서 시간 가는 줄 몰랐고, 그렇게 떠들어도 피곤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은 축복입니다. 그 사람과 대화할 수 있다면 그 축복은 배가 됩니다. 심지어 그 대화가 이해와 공감 속에 진행된다면, 그 축복은 절정에 이릅니다. 역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없다면, 그 부재는 우리를 무력하게 만듭니다. 사람이 있어도 대화가 없다면, 그 침묵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듭니다. 대화를 나누지만 경쟁과 갈등만 무성하면, 그 소음은 우리를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그래서 우리 삶이 행복하기 위해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함께 말하며, 함께 들어주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어린 사무엘을 하나님께서 부르셨을 때, 그가 대답했습니다. “말씀하옵소서. 주의 종이 듣겠나이다.”(삼상3:10). 저는 이 말씀을 읽을 때마다, “하나님께서 참 행복하셨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생각해 봅니다. 나는 과연 하나님의 훌륭한 대화상대자일까? 하나님은 나와의 대화를 기다리고 기뻐하실까? 역으로, 나는 하나님의 말씀을 앙망하며, 그 말씀을 즐거워하고, 그 말씀 때문에 밤을 지새우는가? 친구들과 밤새 수다를 떨며 행복했듯이, 남은 생애 동안 하나님과 수다 떨며 살 수 있을까? 공허한 잡음이 무성한 세상에서 주님과의 수다야말로, 신자의 특권임에 틀림없습니다.

 

배덕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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