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할지어다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 이후 제자들은 극심한 두려움과 불안 속에 몸을 떨었습니다. 지금까지 그들의 삶을 지탱해주었던 중요한 두 가지가 한순간에 눈앞에서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그들은 스승을 잃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그들은 가정과 직업을 포기한 채 예수를 따랐습니다. 수많은 위기와 고난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스승 예수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결했습니다. 신학적 난제들에 대한 스승의 답변은 항상 경이로웠습니다. 배가 고팠을 때 스승은 오병이어의 기적을 일으켰고 폭풍 속에서 목숨이 위태로웠을 때 스승은 물위를 달려왔습니다. 그랬던 스승이 그들 곁을 떠난 것입니다. 그분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본 적이 없었기에 이제 그들은 공포 속에 전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그들은 삶의 꿈을 잃었습니다. 평범한 어부였던 베드로에게 어느 날 예수가 찾아왔습니다. 태어나서 고향을 떠난 적이 없었고 평생 동안 그물을 손에서 놓아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어부였고 어부로 죽을 운명이었습니다. 그가 할 수 있었던 일 해야 할 일도 물고기를 잡는 일 외에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예수는 베드로를 “사람을 낚는 어부”로 초대했습니다. 그렇게 다른 어부들 세리들 그리고 혁명당원들이 예수를 따라나섰습니다. 함께 하나님 나라를 꿈꾸며 달려온 세월이 3년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의 죽음과 함께 그들의 꿈도 사라졌습니다. 이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꿈이 사라진 빈자리에 허망함이 밀려들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가 수치와 절망 속에 그물을 다시 잡았지만 삶 자체가 두려웠습니다. 예수를 십자가에 매단 유대인들의 폭력에 경악한 제자들이 은신처에 숨어 떨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공포와 절망 속에 전율하던 제자들 앞에 부활하신 예수께서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 지어다”(요20:19). 죽음보다 더 큰 두려움에 떨던 제자들과 죽음에서 부활한 예수의 첫 만남에서 예수의 첫 마디는 “샬롬”이었습니다. 죽음을 극복한 예수가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 세상을 향해 전해준 첫 번째 선물이 “샬롬”이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21세기에 분단의 땅 죽음의 땅 공포의 땅에서 부활절을 기념해야 하는 이유 이번 부활절에 제일 먼저 들어야할 예수님의 메시지도 “샬롬”일 것입니다. 부디 이번 부활절에 의지할 사람을 잃고 전율하는 사람들 삶의 꿈을 빼앗기고 울부짖는 사람들에게 “평강이 있을 지어다”란 부활하신 주님의 음성이 생생히 울려 퍼지길 소망합니다. 배덕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