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는 정당 기업 학교 병원 군대 극장 등 많은 기관들이 있습니다. 이 기관들은 이 사회에서 꼭 필요합니다. 이것들 중 하나라도 없으면 사회에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존재하는 모든 곳에서 이런 기관들이 자연스럽게 출현합니다. 동시에 이런 기관들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사회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합니다. 정당이 없다면 정치는 어떻게 되고 기업이 없으면 경제생활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래서 이런 기간들은 꼭 필요하고 소수의 극단주의자들 외에는 이런 기관들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교회는 어떨까요? 앞에서 언급한 기관들처럼 교회도 이 사회에서 꼭 필요할까요? 정당 기업 학교 병원 군대 언론이 대신할 수 없는 교회만의 고유한 가치와 기능은 무엇일까요? 다른 종교들과 종교기관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꼭 교회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교회가 있어야 예수의 복음을 전하고 사람들이 구원을 얻을 수 있겠지요. 이것이 교회가 존재해야 하는 근본적 이유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교회는 핏대를 올리며 그렇게 주장하지만 사회의 반응은 너무나 냉랭합니다. 오늘날 한국사회 안에서 교회가 당면한 치명적 위기는 바로 교회가 이 땅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사회적 동의를 얻지 못한다는 현실입니다. 교회가 없어도 세상은 별로 아쉬울 것이 없어 보입니다. 아니 교회에 대한 기대 자체가 오래전에 사라진 듯합니다. 세상의 제도와 기관들이 예전에 교회가 하던 일을 더 멋지게 수행하고 오히려 교회가 생존을 위해 그것들을 흉내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회만 할 수 있는 아니 꼭 교회가 해야 하는 사명이 있습니다.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아니하니라”(요14:27). 정당은 권력을 갖고 분열과 갈등을 부추깁니다. 기업은 돈을 미끼로 국민들의 목줄을 쥐고 흔듭니다. 학교는 교육을 빌미로 아이들을 폭력과 죽음으로 내몹니다. 병원은 사람들의 목숨을 갖고 장난을 칩니다. 군대가 움직이면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이며 언론은 정보를 등에 업고 사람들을 기만합니다. 이 기관들은 모두 필요하며 막강한 힘도 갖고 있지만 그들이 지배하는 세상은 하루하루가 지옥입니다.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아니하니라”(요14:27). 평안 교회의 존재이유입니다. 배덕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