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요지경입니다 지난 목요일 밤 저는 대전지방노동청 앞에서 농성중인 해고노동자들과 예배를 드렸습니다. 엄청나게 추운 밤이었습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소수의 농성자들을 뜻을 함께 한 목회자들이 방문했습니다. 춥고 어두운 밤 우리는 함께 찬송을 부르고 기도했습니다. 예배 후에는 준비해간 떡국도 함께 먹었습니다. 농성 중이던 노동자 한분이 대표로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도 가족들 곁으로 동료들 곁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다음 날 저는 가족들과 계획했던 가족 여행을 떠났습니다. 제부도와 서울을 돌아오는 1박 2일의 여행이었습니다. 따뜻한 곳에서 편하게 잠도 잤고 맛있는 음식도 먹었고 즐겁게 보드게임도 했습니다. 좋은 구경도 많이 했습니다. 학기 중에는 서로 바빠 마음 편히 놀 수 없었지요. 하지만 아이들 방학이 끝나기 전 온 가족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서 아이들에게 밥을 사줄 약간의 돈이 있어서 아직까지 모두가 건강해서 감사했습니다. 이렇게 이틀 간 저는 전혀 다른 두 세상을 경험했습니다. 회사에서 부당하게 해고된 노동자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일할 수 있는 권리 가족들과 함께 사는 것이었습니다. 저 같은 사람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현실이 그분들께는 꿈같은 욕심이었습니다. 제가 사소한 일로 직장에서 투덜거릴 때 그분들은 훨씬 더 열악한 환경이지만 옛 일터로 돌아가길 간절히 소망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아무 것도 아닌 일로 가족들에게 신경질을 부릴 때 그분들은 사무치도록 가족을 그리워했습니다. 농성장에서 돌아오면서 깊이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여행길에서 돌아오면서 깊이 다짐한 것이 있습니다. 먼저 나에게 주어진 것을 소중하게 생각해야겠습니다. 어떤 것도 마땅하고 당연하게 주어진 것은 없습니다. 누군가의 희생 위에 나의 행복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사소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목숨보다 귀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타인의 불행에 대해 결코 무관심하지 않아야겠습니다. 내가 아무리 행복해도 같은 시간 누군가가 고통과 절망 속에 있다면 결코 나의 행복은 완전할 수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아마 주님도 그런 마음 때문에 안락한 하늘을 버리고 누추한 이 땅에 오신 것 같습니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는 사도바울이 무슨 뜻인지 조금 더 진지하게 더듬을 수 있었던 한 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