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13.06.16. 신앙의 기본

주사랑교회 0 1,471

신앙의 기본

 

저의 어머니는 거의 평생을 가구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하셨습니다. 제가 어릴 때, 밤을 세며 일을 하신 때가 많았습니다. 철야작업을 마치고 새벽에 돌아오신 어머니는 잠시 눈을 부치시고 일어나, 식구들의 아침준비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공장에 나가셨습니다. 정말, 저의 어머니는 원더우먼이셨습니다. 그때, 저와 동생들은 은근히 어머니의 철야를 기다렸습니다. 철야하신 날에는 어머니께서 꼭 초코파이를 집에 가져오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것은 공장에서 야식으로 나온 것인데, 어머니께서 우리를 위해 먹지 않고 가져오신 것입니다. 하지만 철이 없던 우리는 어머니의 고생은 생각지도 못하고, 어머니 손에 들려 있는 초코파이에만 군침을 삼켰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한없이 부끄럽고 어머니께 죄송할 뿐입니다.

 

성경에 탕자이야기가 나옵니다. 자라면서 한 번도 제 자신을 탕자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탕자이야기에 대해 설교할 때면, 저는 탕자를 철저히 “타자화”시켜 이야기했습니다. 탕자는 저와 상관없는 타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탕자가 아니었던 때가 없습니다. 고생하는 어머니 보다 초코파이에 정신이 팔렸던 꼬마 시절뿐 아니라, 40이 한참 넘은 이 나이에도 철없는 자식임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 삶이 평안하면 어머니를 까맣게 잊고, 삶이 힘들면 어머니 생각이 나니 말입니다. 지금도 어머니는 24시간 아들을 가슴에 품고 사시는데, 저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어머니를 잊고 사니 말입니다. 눈에 보이는 자식들을 위해선 아낌없이 카드를 긁지만, 가끔 뵙는 어머니에게 용돈 한번 제대로 드린 적이 없으니 말입니다. 저는 분명히 탕자입니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이 무엇일까요? 제자가 된다는 것, 하나님을 예배한다는 것, 하나님나라를 위해 헌신한다는 것이 무엇일까요? 눈앞에 보이는 부모에게도 자식도리를 못하는 인간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자식을 위해 평생 헌신하신 부모님께 고마워할 줄 모르는 인간이 하나님 전에 헌금을 올리는 것은 기만일 뿐입니다. 늙어가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죄송함과 감사의 눈물을 흘릴 줄 모르는 인간이 하나님께 감사의 찬송을 올리는 것은 “악어의 눈물”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신앙을 배우는 곳이 예배당보다 가정이 먼저인지 모르겠습니다. 부모님께 자식의 도를 다하는 것이 하나님에 대한 참된 예배의 첫걸음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삶과 종교가 다르지 않고, 가정과 교회가 분리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신앙의 기본인지 모르겠습니다.

배덕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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