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13.11.24. 나이를 제대로 먹고 있는 걸까요?

주사랑교회 0 1,361

나이를 제대로 먹고 있는 걸까요?

어릴 때는 싸움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때 권투선수가 되는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어머니를 졸라 권투장갑을 샀고, 불쌍한 동생을 스파링 상대로 삼아 연습도 했습니다. 권투중계는 빠짐없이 챙겨보았습니다. 혼자 흥분해서 소릴 지르고 주먹을 휘두르며 요란하게 경기를 보았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시합 중에 권투선수가 죽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날로 무서워서 권투선수에 대한 꿈을 접었습니다. 그렇게 챔피언의 꿈은 하루아침에 사라졌습니다.
조금 더 자라서는 똑똑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고생하시는 어머니도 저의 성적이 좋으면 무척 기뻐하셨고, 학교에서도 공부 잘하는 학생이 제일이었습니다. 결국, 공부가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는 유일한 방법이요, 학교에서 생존하는 최고의 방법임을 깨닫고, 저는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똑똑하고 싶다는 생각, 공부를 잘하고 싶다는 욕심은 저를 심각한 열등감에 빠지게 했습니다. 언제나 저보다 뛰어난 녀석들이 제 주변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리스도인이 된 이후에는 믿음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교회에서 만난 분들은 모두 대단해 보였습니다. 중등부에 올라갔을 때, 선배들이 자체적으로 예배를 인도하는 모습을 보며 감탄했습니다. 부흥회에서 어른들이 방언으로 기도하는 모습을 보곤 충격을 받았습니다. 담임 목사님께서 40일 금식기도를 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정말 입이 쩍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 안엔 믿음보다 질문이 더 많아졌고, 결국 냉소적 그리스도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40대 중반에 이른 지금, 저는 “정직한 인간”이 되고 싶습니다. 이 나이에 주먹 쓸 일이 있겠습니까? 조폭들도 은퇴할 나이입니다. 기억력과 지식을 자랑한 형편도 못됩니다. 아무리 버둥거려도 네이버를 이길 순 없습니다. 믿음에 대해선 더욱 할 말이 없습니다. 믿음은 쟁취의 대상이 아니라, 하늘의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자신의 약함, 무지, 불신을 정직하게 시인하고, 하루하루를 겸손하게 살고 싶습니다. 용사, 천재, 성자에 대한 욕망을 내려놓고, “정직한 인간”으로 만족하렵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노래했던 시인 윤동주처럼 말입니다.
어설픈 주먹으로 세상을 위협하고, 얄팍한 지식으로 시대를 기만하며, 사이비 신앙으로 진리를 왜곡하는 참담한 시절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배덕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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