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13.09.22. 평범한 일상의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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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의 축복

한국교회는 초창기부터 부흥운동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평양대부흥 시절에는 은혜의 증거가 회개와 성결이었습니다. 성령의 은혜를 체험하면, 사람들이 자신들의 죄악을 깨달았습니다. 공개적으로 죄를 회개하고 새 사람이 되었습니다. 즉, 성령의 열매가 부흥운동의 중심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1920년대 이후, 한국교회 부흥운동은 신유를 중심으로 한 은사운동으로 전환합니다. 특히,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영적 은사와 물질적 축복이 결합하고, 성령의 열매보다 성령의 은사를 더 강조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런 현상은 1960년대 이후, 제3공화국의 산업화정책을 배경으로, 오순절운동이 한국교회 부흥운동의 중심을 장악하면서, 한국교회의 전반적 현상으로 확장됩니다. 은사집회, 축복대성회가 당대의 슬로건이었습니다. 교회성장과 교회건축이 시대의 구호가 되고, 대형교회들이 우후죽순 전국에서 출현합니다. “잘 살아보세!”란 정치경제적 구호가 “성령충만”이란 종교적 표어와 융합되면서, 한국교회도 성장제일주의, 물질적 축복, 은사체험의 물결에 휩싸입니다. 그렇게 성령은 물질과 만났고, 기적이 신앙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그런 열정과 열기 속에서 한국교회는 외형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참 빠르게 컸고, 정말 크게 자랐습니다. 여전히 한국교회는 뜨겁고, 열정이 대단하며, 놀라운 기적과 감동적 간증이 넘쳐납니다. 따라서 오순절운동, 은사주의, 최근엔 신사도운동 등이 혹독한 비판 속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한국교회에 널리 영향을 끼치는 현상은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동시에, 한국교회 안에 심각한 오해가 편만합니다. 기적에 대한 과도한 집착, 축복에 대한 뒤틀린 관념, 성령에 대한 편향된 이해 때문에, 평범한 일상의 축복을 놓치고 사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일차적 관심은 기적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창조질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죽어가는 노인을 살리는 것보다 태어난 생명을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하나님의 더 큰 관심사입니다. 하늘의 태양을 멈추게 하는 것보다 생태계와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것이 하나님께는 더 중요합니다. 성도들이 집회 중에 성령의 권능 아래 쓰러지는 것보다 맡겨진 삶을 성실하고 유능하게 살아가는 것이 하나님에겐 더 큰 기쁨입니다. 유창한 방언보다 사랑을 고백하고 진리를 나누는 것이 하나님에게 더 큰 영광이 됩니다.
기적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령의 은사를 폄하하는 것도 아닙니다. 기적과 은사를 통해서만 주님을 만나려는 사람들, 충격적·경이적 사건들을 통해서만 은혜를 체험하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우리의 존재, 아름다운 자연, 사랑하는 가족, 주어진 일 자체가 하나님의 은혜이며, 하나님 존재의 증거입니다. 평범한 일상이야말로 하나님의 존재와 은혜를 체험하고 발견할 수 있는 최고의 집회현장입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주님의 임재를 깊이 체험하는 것, 이 시대에 필요한 거룩한 영성입니다.
배덕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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