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소서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아담과 하와는 한동안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행복한 삶을 누렸습니다. 하지만 간교한 뱀의 유혹에 넘어가서, 하나님의 명령을 무시하고 선악과를 먹었습니다. 교회는 아담과 하와의 이런 행동을 “타락”과 “원죄”라고 명명했고, 이후 모든 인간은 원죄의 영향 하에 타락한 상태로 태어난다고 가르칩니다. 창세기에 기록된 이 사건은 인류가 처한 부패한 현실의 역사적 기원을 설명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이 창세기의 이야기를 단지 과거의 한 사건에 대한 역사적 기록으로 이해할 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분석틀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즉, 태초에 아담과 이브가 당면했던 유혹과 타락은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엄연한 현실입니다. 우리는 매순간 하나님의 “No”와 사탄의 “Yes”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바울은 이런 갈등을 이렇게 표현했지요. “그러므로 내가 한 법을 깨달았노니 곧 선을 행하기 원하는 나에게 악이 함께 있는 것이로다”(롬7:21).
영성신학자 리차드 포스터는 인간에게 치명적인 유혹을 “돈, 섹스, 권력”으로 정리했습니다. 하나님은 이것들에 주의하라고 늘 경계하셨지요. 하지만 세상은 이것들에 대한 욕망을 부추깁니다. 하나님의 경계와 세상의 부추김 사이에서 인간은 너무도 쉽게 세상의 유혹에 굴복합니다. 성령을 체험한 직후, 아나니아와 삽비라는 돈 때문에 하나님을 속였습니다.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자였던 다윗은 섹스의 욕망에 휩싸여 충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장자권에 대한 야곱의 탐욕으로 한 가족이 해체되고 말았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유혹과 타락은 에덴동산의 신화적 사건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엄연한 현실입니다. 하나님의 준엄한 “No”에도 불구하고, 교활한 마귀는 끊임없이 “Yes”를 속삭이며 우리를 유혹합니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는 바울의 절규가 오늘도 도처에서 터져 나옵니다. 우리는 허망하게 유혹에 넘어지고, 교회는 패배자의 한숨으로 가득합니다. 밖에선 마귀의 기세가 등등하며, 그 영향력이 욱일승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님이 우리에게 기도를 가르쳐주십니다.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소서 하라.” 예수님은 이 땅에서 이 유혹을 극복했던 유일한 분이십니다. 그분은 사탄의 힘을, 그에 비해 우리의 연약함을 정확히 아십니다. 유한한 인간은 결코 혼자 힘으로 교활한 사탄을 이길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도와주시지 않으면, 우리에겐 희망이 없습니다. 우리가 시험에 들지 않도록, 하나님이 지켜주셔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순간 이 기도를 반복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기도해야 하는 절박한 이유요, 기도의 위대한 능력입니다. 주여,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소서!
배덕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