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14.02.02. 나라가 임하시오며

주사랑교회 0 2,083

나라가 임하시오며

예수의 생애와 사역은 ‘하나님 나라’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예수는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선포했고, 그것의 현존을 기적을 통해 입증했으며, 그것의 실현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무리들로 교단을 형성하거나 정당을 조직하지 않았지만, 타락한 종교지도자들과 비겁한 정치권력의 공모 하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임을 간파했던 귀신들처럼, 이 세상의 종교적·정치적 권세들도 예수와 함께 도래하는 하나님 나라가 자신들에게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동물적 감각으로 감지했기 때문입니다. 공중의 마귀와 이 땅의 악한 세력은 ‘동일본질’입니다.
이런 사실은 우리에게 무엇을 알려줍니까? 예수가 선포하며 입증했던 하나님 나라가 단지 종교의 영역을 넘어, 정치적 영역과도 긴밀하게 관련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하나님 나라를 단지 영적·개인적 현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와 충돌합니다. 혹은 하나님 나라를 단지 종교적 범주로 한정하거나, 기독교 혹은 교회와 동일시하려는 일군의 노력과도 갈등을 일으킵니다. 동시에, 하나님 나라를 정치적 혁명을 위한 이념적 도구로 선전하는 무리와도 불협화음을 초래합니다. 우리가 성경의 가르침처럼, 하나님을 이 세상의 창조주로 고백한다면, 그분의 나라는 이 세상 전체를 포함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옛날이나 지금이나,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온전히 이해하고 대접하는 것은 어렵고 심지어 위험합니다. 우리 주변에는 하나님의 활동범위를 예배당과 예배시간으로 한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어떤 이들이 하나님이 영적, 종교적, 개인적 문제에만 관여하신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하나님을 오직 기독교인들만의, 혹은 특정 교단이나 신학의 전유물로 간주하는 집단도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자신들의 신학, 교리, 해석, 믿음, 제도만이 하나님과 그분의 나라에 대한 유일한 정답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이 땅에는 수많은 종류의 다양한 하나님과 하나님 나라가 혼재합니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요? 예수가 쉬지 않고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고 증명했지만, 세상은 그에게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가 선포한 하나님 나라를 조롱하고 비판하고 거부했습니다. 자기 생각과 입맛에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변질된 종교권력과 비겁한 정치세력은 자신들이 지배하는 타락한 세상을 하나님 나라로 둔갑시켰습니다. 살벌한 폭력과 기만적 선전을 통해, 세속의 이념들을 진리와 복음으로 유포했습니다. 이 현상은 오늘날도 동일하게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하나님 나라는 끊임없이 영적, 내세적, 개인적, 종교적으로 재해석되고 환원되면서, 본래의 총체적·우주적 차원을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왜 성자 예수께서 “나라가 임하옵시며”라고 기도하셨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 우리가 오늘날에도 이 기도를 반복해야 하는지도 알겠습니다. 아니, 오늘처럼, 교회가 휘청거리고, 복음이 왜곡되며, 하나님이 조롱당하는 시대와 세상에서, 우리는 정말 가슴을 치고 통곡하며 기도해야 합니다. “하나님, 당신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하시길 정말 간절히 기원합니다!” 아멘. 아멘. 아멘. (배덕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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