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13.12.31. 이 시간에 이르고 보니

주사랑교회 0 2,214

이 시간에 이르고 보니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 시간들을 지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시간에 이르고 보니, 속상했던 순간들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정치가들 때문에 맘이 제일 상했습니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고, 민주주의를 뒤흔들고, 백성들을 힘들게 하니, 좀처럼 용서하기 어렵습니다. 타락한 목회자들 때문에 속이 많이 상했습니다. 교회를 이기적 욕망의 대상으로 남용하고, 성도들을 분열시키며, 세상의 비난을 촉발하는 모습에 울분을 참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무능하고 믿음 없는 제 자신 때문에 많이 화가 납니다. 목회자로서, 선생으로서, 학자로서, 그리고 가장으로서 더 지혜롭고 유능하고 책임 있게 살지 못했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죄송합니다.
이 시간에 이르고 보니, 고마운 분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무엇보다 교우들이 참 고맙습니다. 있는 것 보다 없는 것이 더 많은 소박한 교회를 스스로 찾아와, 어설픈 목사의 벗과 동지가 되어 준 교우들 덕택에 제가 지금도 목사로 남을 수 있습니다. 어려운 환경에도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세우고자 함께 눈물과 땀을 흘려 온 복음신대원, 느헤미야, 성서대전의 벗들이 없었다면, 저는 예수쟁이로 살 의욕과 방향을 잃었을 것입니다. 가족들의 사랑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남편의 가벼운 월급봉투에도, 남편을 격려해주고 아이들을 지혜롭게 키워주는 아내, 오늘도 아빠에게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뿜어주는 아이들, 하루를 큰 아들에 대한 걱정과 기도로 사시는 어머니 때문에, 오늘도 제가 숨을 쉽니다.
이 시간에 이르고 보니, 간절한 소망들이 떠오릅니다. 한국의 정치지도자들, 기업인들, 그리고 종교지도자들이 백성들을 존중하는 새해가 되길 바랍니다. 백성들 위에 군림하거나 통제하거나 이용하던 “못된 습관”을 버리고, “섬김의 도”를 겸허히 실천하길 정말 소망합니다. 저와 함께 울고 웃고 땀 흘리고 몸부림치는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척박한 환경에서 교회, 학교, 가정을 세우기 위해 애쓰는 분들의 얼굴에서 근심은 확 줄어들고 웃음은 크게 늘어나는 해가 되길 바랍니다. 정말, 정말, 그렇게 되길 기도합니다. 무엇보다, 자본의 폭력 앞에 삶의 사각지대로 밀려난 이웃들에게 따뜻한 빛이 환히 비취길 소망합니다. 비정규 노동자들, 장애인들, 노숙자들, 다문화주민들. 그들 모두의 기도에 하나님께서 꼭 응답해주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이 시간에 이르고 보니, 한분의 이름이 떠오릅니다. 예수님. 지나온 그 길, 그 시간에 항상 그분이 계셨음을 이제야 확연히 깨닫습니다. 내년에도 계속 걸어야 할 그 길, 통과해야 할 그 시간도 그분 없인 불가능합니다. 이것도 너무나 분명합니다. 내년 한해도 그분을 바라보고, 그분의 이름을 부르며, 그분과 함께 살고 싶습니다. 그분 때문에 길을 잃지 않고, 그분 때문에 다시 일어서고, 그분 때문에 많이 웃고 싶습니다. 이렇게 경이로운 축복이 내년 한 해 동안 이 땅 위에 충만하길 바랍니다. 진심으로. “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시23:6).

배덕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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