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13.12.29. 그 사람을 가졌는가?

주사랑교회 0 2,263

그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의 시, <그 사람을 가졌는가?>를 읽었습니다. “만리 길 나서는 길/처자를 내맡기며/맘놓고 갈 만한 사람/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한 해의 끝자락에 이르고 보니, 올해도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더군요. 사람 때문에 큰 소리로 웃기도 했습니다. 사람 때문에 가슴이 철렁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 때문에 용기를 얻었고, 또 사람들 때문에 영혼에 상처가 났습니다. 그야말로 사람들에 때문에 울고 웃으며 정신없이 한해를 살았습니다. 그러면서 이 순간에 제 자신에게 묻습니다. “너는 먼 길을 떠나면서 처자식을 맡길 수 있는 그 사람을 가졌니?” 불행히도, 이 질문에 쉽게 “네”라고 답할 수가 없습니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 직전, 아래서 자신을 바라보는 늙은 어머니를 발견했습니다. 죽어가는 자식의 처참한 모습을 바라보며, 어머니 마리아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겠지요. 그때 아들 예수께서 마리아를 부축하고 있는 제자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자신의 어머니를 부탁했습니다. “자,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그러고 보면, 예수께는 자신의 어머니를 맡기고 떠날 수 있는 “그 사람”이 있었네요. 비록 자신은 십자가 위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쳐야 했지만, 최소한 사랑하는 어머니를 맡길 수 있는 “그 사람”이 있었기에, 어떤 면에선 복된 인생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베드로는 한 여종 앞에서 예수를 세 번이나 부인했고, 예수의 처형 후엔 목숨을 구하기 위해 줄행랑을 쳤습니다. 3년 전에 떠났던 고향으로 돌아가서 죽은 듯이 살았습니다. 예수를 배반하고 과거의 삶으로 돌아간 그의 인생은 완전한 실패작이었습니다. 바로 그 때, 부활한 예수께서 그를 찾아오셨습니다. 세 번이나 자신을 부인했던 베드로에게 “내 양을 먹이라”는 명령을 세 번 반복하셨습니다. 한때 자신을 가장 열렬히 사랑했으나, 동시에 자신을 가장 철저히 배반했던 그에게 예수께서 자신의 양을 맡기신 것입니다. 즉, 예수께서 배신자 베드로를 자신의 “그 사람”으로 선택하신 것입니다.
함석헌의 시를 읽은 후에는 제 마음이 쓸쓸했습니다. 제 자신이 실패한 인생처럼 느껴져서, 갑자기 심하게 우울해졌습니다. 허망하게 “그 사람”을 찾아 헤매는 저의 모습이 한없이 불안하고 초라해보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성경을 읽으면서, 제 마음이 평안을 얻었습니다. 사람들 틈에서 “그 사람”을 찾지 못해 늘 불안과 고독을 느끼던 저를, 주님이 자신의 “그 사람”으로 선택하셨음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끊임없이 주님을 배반하는 저의 불신앙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저를 찾아와 자신의 양을 맡기시는 주님 때문에 말입니다. 이제야 깨닫습니다. 주님이 저를 무조건 자신의 “그 사람”으로 택하심으로써, 또한 주님이 저의 “그 사람”이 되셨음을 말입니다. 아, 주님!
배덕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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