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백성이 나서야 합니다.
지난 4월 16일 302명의 승객과 함께 국내 최대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했습니다. 전 세계가 그 광경을 실시간으로 지켜보았습니다. 해경과 정부는 수백 명의 구조대원들과 최첨단 구조장비들을 투입해서 구조작업을 벌이는 중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우리는 그 발표를 믿었습니다. “설마 무슨 일이 있겠어?”라고 무심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배는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고, 배 안에 있었던 승객들 중 단 한 사람도 구조되지 못했습니다. 정부도 해경도 국민도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이 상황을 아무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큰 배가 침몰했으며, 왜 정부와 해경은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했을까요? 사고와 아무 상관없는 우리들도 참담하고 황당한데, 유가족들의 심정은 어떻겠습니까? 그래서 정부에게 사고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관련자들을 예외 없이 처벌함으로써, 희생자들과 유족들의 한을 풀고, 같은 비극의 반복을 방지할 수 있는 특별법의 제정을 요구했습니다. 대통령도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지극히 자연스럽고 정당한 요청입니다.
하지만 사악한 여당은 온갖 이유와 방법을 동원해서 특별법 제정을 저지하고 있습니다. 무능한 야당은 여당에게 농락당하며 헛스윙만 반복합니다.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지겠다던 대통령은 또 다시 침묵하며 약속을 뒤집고, 타락한 언론은 황색저널리즘으로 유족과 국민을 우롱합니다. 소수의 양심 있는 사람들이 단식에 동조하고 프란치스코 교황도 다녀갔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 상황에서 또 한 사람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기소권과 수사관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원고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씨가 41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자식의 비참한 죽음에 대한 아버지의 정당한 요구가 정부에 의해 철저히 묵살되면서, 40일이 지났습니다. 이제 그의 목숨마저 위태롭게 되었습니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세월호가 침몰했던 것과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무책임한 대통령, 무능한 정부, 그리고 무관심한 국민들 앞에서 또 한 생명이 속수무책으로 죽어가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사무엘에게 임하셔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그의 집을 영원토록 심판하겠다고 그에게 말한 것은 내가 아는 죄악 때문이니 이는 그가 자기 아들들이 저주를 자청하되 금하지 아니하였음이니라”(삼상3:13). 엘리 집안이 하나님의 저주를 받은 것은 일차적으로 사악한 그의 아들들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다 근원적으로는 그 아들들의 죄악을 보고 제대로 꾸짖지 않은 엘리의 무책임과 무능함 때문입니다. 그렇게 엘리 집안은 영원히 망했습니다.
세월호의 침몰과 승객들의 참담한 죽음은 일차적으로 사악한 기업과 무능한 정부의 합작품입니다. 이들은 성전에서 하나님의 재물을 사취하고 성전 여인들을 겁탈했던 엘리의 아들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반면, 그런 정부와 기업의 악과 무능에 대해 침묵하고, 세월호 특별법의 제정을 가로막는 정부와 야당을 묵인하며, 마침내 김영오씨를 죽음 속에 방치하
는 이 국민은 또 다른 엘리 제사장입니다. 자식들의 죄악을 아비가 묵인함으로써 그 집안이 심판을 받았듯이, 정부의 악행과 무고한 생명의 죽음을 계속 방조하는 이 백성도 하 나님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살길은 하나뿐입니다. 이 백성이 정신을 차리는 것입니 다. 백성이 나서서 대통령과 여당을 꾸짖어야 합니다. 그들 이 회개하고 돌이키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김영오 씨 를 살려내야 합니다. 그래야 이 민족이 삽니다. 시간이 얼 마 남지 않았습니다.
배덕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