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14.08.10.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주사랑교회 0 2,317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엘리가 제사장이었던 시절, 이스라엘의 영적 상황을 성경은 이렇게 묘사합니다. “여호와의 말씀이 희귀하여 이상이 흔히 보이지 않았더라.” 무엇보다, 여호와의 말씀이 희귀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하나님과 온전히 소통했던 민족입니다. 그래서 기사와 이적이 빈번했고, 선지자와 제사장이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하나님의 말씀과 이상은 종적을 감추었습니다. 하나님과 소통이 단절된 것입니다.

동시에, 성경이 기술한 엘리의 영적 상태는 이렇습니다. “엘리의 눈이 점점 어두워 가서 잘 보지 못하는 그 때에 그가 자기 처소에 누웠고.” 연로한 엘리의 눈이 어두워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하지만 제사장인 엘리가 하나님의 전 대신 자기 처소에서 잠을 잤다는 말에서 우리는 그의 영적 상태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수련 중인 사무엘이 엘리 대신 하나님의 전 안에 누웠다는 기록을 통해, 당시 상황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감지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스라엘의 영적 침체는 제사장인 엘리의 영적 슬럼프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습니다. 하나님과 백성 간의 소통을 중재하는 제사장이 자신의 기능을 온전히 수행하지 못함으로써, 하나님과 백성 간의 소통이 두절된 것입니다. 이것은 보편적 진리입니다. 성직자가 타락하여 영적 태만에 빠졌을 때, 교회는 하나님과 단절되고 영적 침체기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추락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영적 암흑기에 빠졌던 그 순간, 하나님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늙은 엘리가 자기 처소에서 잠을 잘 때, 어린 사무엘이 “하나님의 궤 있는 여호와의 전 안에 누웠더니.”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위에 성전에 있어야 할 제사장이 그 자리를 떠나 자기 처소에 누웠을 때, 사무엘이 대신 그 자리를 지킨 것입니다. 더욱이 성경은 “하나님의 등불은 아직 꺼지지 아니하였으며”라고 말합니다. 상황을 뒤집을 시간이, 그리고 사람이 아직 남은 것입니다.

주류와 중심, 그리고 정상을 보면 욕이 나오는 시대입니다. 청와대와 국회는 분노의 근원이요, 교회는 한숨의 원천입니다. 학교와 기업의 상황이라고 다르지 않으며, 가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방에서 한숨과 탄식이 들려옵니다. 눈앞은 캄캄하고, 내일은 걱정입니다. 하지만 바로 이 절망과 탄식의 때에, 하나님이 미래를 준비하십니다. 비록 어둡지만, 아직 하나님의 등불이 꺼지지 않았습니다. 엘리 같은 인간들이 우글거리지만, 사무엘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직.
배덕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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