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08-09-06 십자가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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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저의 방 창문으로 한 교회의 붉은 십자가가 정면으로 보입니다. 밤이 짙을수록 저 붉은 십자가는 더 뚜렷하고 강렬하게 자신의 존재를 밤하늘에 분출합니다. 가끔 밤늦은 시간에 창문을 열고 작업을 할 때면 문뜩 제 눈에 들어온 그 붉은 십자가는 순간적으로 저의 시선을 사로잡고 몽롱하던 저의 의식마저 화들짝 일깨우며 저의 생각과 태도를 바로 잡게 합니다. 십자가의 힘이 그렇습니다. 밤의 어둠이 짙을수록 그 밤하늘을 배경으로 한 붉은 십자가가 더 뚜렷하고 강렬하게 자신의 존재를 분출하는 모습이 십자가의 진정한 의미를 또 한 번 가슴에 새기게 합니다. 밝은 대낮에는 그 십자가가 저의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낮에도 늘 창문을 열어 두었지만 그 시간에 십자가의 존재가 저의 시선을 관통하며 의식을 지배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밝은 세상에서 십자가는 무의미하며 그 존재마저 희미함을 비로소 인식합니다. 그래서 십자가의 존재가치가 밤하늘의 어둠과 비례한다는 기막힌 진리를 깨닫습니다. 기독교에 대한 세상의 질타가 수준을 넘어서는 것 같습니다. 불교계가 공개적으로 기독교를 향해 비판의 칼을 높이 들었습니다. 종교가 진리의 등불로 기능해야 할 때에 교회가 사랑의 메신저로 헌신해야 할 때에 복음이 용서의 눈물로 표현되어야 할 때에 그리고 십자가가 생명의 길로 자기를 입증해야 할 때에 오히려 이 모든 것들이 분열과 다툼 수치와 부정의 상징으로 추락하는 것 같아 여린 가슴이 “쿵” 하며 내려앉습니다. 하지만 어두운 밤하늘에 뚜렷하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붉은 십자가를 바라보며 다시 한 번 희망을 품습니다. 세상에 어둠이 짙어갈 수록 십자가의 가치와 힘은 더욱 증대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어둠의 그늘이 세상의 모든 악을 덮어도 십자가의 붉은 빛을 감출 순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어둠이 짙을수록 그래서 악의 존재가 눈에 보이지 않을수록 십자가의 빛은 밤하늘에 더욱 강렬하게 자신의 존재를 계시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상의 절망은 십자가의 희망입니다. 타락한 세상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경륜은 그래서 늘 신비입니다.                                                                                                                         배덕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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