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08-08-04 느림의 목회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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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를 시작한 이후 이따금 저를 괴롭히는 내적 갈등은 성장에 대한 부담과 이에 대한 저항 사이의 갈등입니다. 주사랑교회에 부임하며 몇 가지 꿈을 꾸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한국교회의 대형화에 대한 의미 있는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다부진 포부였습니다. 생명체로서 교회가 성장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그러나 성장자체가 목적일 순 없습니다. 더욱이 과도한 성장은 기형적 장애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모든 교회가 성장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교회의 대형화에 대해 우려하는 것입니다. 저도 동일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사랑교회에 부임한 지 9개월을 맞이하면서 어느 새 내 안에도 교회성장에 대한 부담과 갈증이 꿈틀거림을 느끼고 깜짝 놀랍니다. 꾸준히 신자들의 수가 늘고 교회가 조금씩 모양을 갖추어 가면서 오히려 그런 부담에 가속도가 붙는 것 같습니다. 등록했던 신자가 소리 없이 교회를 떠나고 소개 받은 사람들이 슬며시 발길을 돌리는 모습을 보면서 제 마음이 초조해지는 것 같습니다. 다른 목회자들처럼 목회에 전념할 수 없는 제 현실이 또 목회자로서 아직 여러 면에서 설익은 제 자신을 발견하면서 그런 부담이 가중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주 내내 새벽기도를 드리면서 흔들리는 마음을 다시 한 번 다듬을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기도의 호흡이 깊지 못하고 말씀의 깊이와 권세가 부족하며 목양의 신비를 충분히 납득하지 못한 터라 담임 목사로서 감당해야 할 모든 일들이 여전히 부담스럽고 버겁습니다. 하지만 이 번 주 내내 “소유와 존재”의 차이에 대해 묵상하며 목회자로서 “존재”의 기쁨을 누려야 한다는 소중한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목회마저 경쟁과 분투의 대상이 된다면 어찌 그 여정을 누릴 수 있겠습니까? 빨리 가려는 의욕 높이 오르려는 욕망이 십자가를 가로 막고 바벨탑을 동경하게 만들지요. 조금 더 천천히 걸어야 할 것 같습니다. 결승점을 향해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경마장의 기수보다 로시난테를 타고 풍차를 향해 달려드는 돈키호테처럼 목양의 길을 한껏 즐기며 저만의 속도로 걷고 싶습니다. 속도는 느리고 방법은 서툴러도 예수님처럼 순수하게 성령님처럼 열정적으로 그리고 하나님처럼 신실하게 그 길을 완주하고 싶습니다. 성취욕에 불타오르는 저돌적 목회 대신 과정을 즐기는 “느림의 목회”를 꿈꾸어 봅니다. 그래서 성장은 더뎌도 존재 자체가 행복한 교회를 이루고 싶습니다. 이것도 지나친 욕심일까요?                                                                                                                            배덕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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