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10-06-12 월드컵과 제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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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계의 이목이 남아공에 집중되고 이제 축구공의 움직임에 세계의 희비가 엇갈리게 되었습니다. 텔레비전 광고마다 빨간 티셔츠를 입은 연예인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거리마다 한국팀의 16강을 염원하는 마음이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길을 가다 보니 어느 아구집에서는 한국이 경기에서 승리하는 날마다 술값을 받지 않겠다는 광고를 큼지막하게 써 붙였더군요. 이미 붉은 악마는 남아공에 도착해서 대대적인 응원을 준비하고 전국의 광장마다 거리응원을 위한 준비가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교회라고 이 열기에서 예외일 수 없습니다. 아침에 국민일보를 보니 대표팀 감독인 허정무씨의 아내와 안정환 선수의 아내에 관한 기사가 실렸더군요. 두 사람 모두 독실한 신자들로서 남편들을 포함한 한국팀의 승리를 위해 벌써부터 새벽기도에 출석하며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는 분의 교회에선 토요일 한국팀의 경기시간이 청년부 예배시간인데 청년들이 몇 주전부터 목사님께 설교를 짧게 끝내달라고 강력하게 부탁(?) 했다고 합니다. 다음 주 저희 학교 교수퇴수회 일정이 한국팀과 아르헨티나 경기와 겹치자 퇴수회 일정 자체를 조절해야 한다고 교수들이 한 목소리로 요구했습니다. 정말 난리들입니다. 사실 이렇게 모두의 관심이 월드컵에 집중될 때 또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대표팀 선수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시선이 집중될 때 저의 가슴에 계속 남는 것은 마지막 순간에 대표팀 명단에서 탈락한 선수들의 모습입니다. 남아공에 입성하기 직전까지 해외에서 전지훈련 겸 평가전을 치를 때까지 함께 했으나 최종명단에서 몇 명을 탈락시켜야 할 때 불가피하게 떨어진 선수들이 있습니다. 다른 동료들은 당당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남아공으로 떠났지만 그들은 쓸쓸하게 국내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본선무대를 위해 마지막까지 함께 고생했지만 목전에서 꿈이 좌절되었을 때 이 젊은 선수들의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가 남았을까요? 세상의 모든 이목이 본선무대에 선 23명의 선수들에게 집중될 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 영광의 무대에 함께 하지 못한 탈락자들에게도 따뜻한 관심을 둘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승자들에게 마땅한 찬사와 축하를 보내야 하지만 동시에 패자들에게도 마땅한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한번의 패배와 실패가 영원한 낙인이 아닌 새로운 도전과 성장의 동력이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자신을 세 번이나 공개적으로 부인함으로써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 베드로를 찾아와 다시 한번 자신의 양들을 맡기신 예수님의 마음을 이 시점에서 우리는 진지하게 헤아려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승자독식의 정글법칙이 작동하는 이 세상에서 우리가 제자로 사는 또 하나의 방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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