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9호 무브먼트 투게더]

   
▲ 4대강 사업 연장선에서 나온 '친수구역 특별법'에 따라 개발이 예정된 대전시 도안갑천지구 전경. (사진: 김신일 제공)

MB정부의 ‘친수구역 특별법’이 낳은 ‘도안갑천 개발사업’
현재 대전광역시는 ‘도안갑천지구 친수구역 조성사업’을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개발사업은 대전시가 서구 도안동과 유성구 원신흥동 일대 갑천변 농경지 93만3,970m²(약 28만3,000평)를 친수구역으로 지정받아 올해부터 2018년까지 49만2,000m²(약 15만 평)의 호수공원과 15∼22층 아파트 5,290채를 조성하기로 한 사업이다. 이 사업은 이명박 정부 시절 한참 4대강 사업을 진행하던 2010년 12월 날치기 통과된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이하 ‘친수구역 특별법’)을 근거로 한다. 이명박 정부는 당시 상수원보호구역으로 개발이 엄격히 규제되고 있던 수변지역의 난개발을 막고 공익을 위해 계획적으로 개발한다는 명분으로(사실은 개발을 더 용이하게 하기 위해) ‘친수구역 특별법’을 날치기 통과시켜 제정하였다. 이전까지만 해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엄격히 ‘보호’되던 수변지역은 이제 이 법을 근거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수자원공사 등의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개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난개발을 막는다고는 했지만, 사실 친수구역 특별법이 아니면 그런 개발 자체가 애시당초 불가능한 것이었다. 친수구역 ‘특별법’은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되는 법이다. 이 법은 규제보다는 완화를 우선으로 하고 있다. 이 법이 개발을 위한 규제 완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제3조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제3조를 보면 친수구역 특별법이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한다”고 하면서도, “다른 법률에서 이 법의 규제에 관한 특례보다 완화되는 규정이 있으면 그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라고 되어 있다. 그만큼 이 법은 최대한 완화된 규정을 적용하여 개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외에도 친수구역 특별법에는 ‘개발자에 대한 특혜’가 많이 들어 있다. 우선 개발 이익과 직결되는 주택공급에 대한 특혜가 눈에 띈다. 이 법 제17조에는 주택공급비율, 공급가 등이 규정돼 있는 주택법 제38조에 대한 기준을 친수구역 특별법에서 별도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민주택규모공급 의무비율, 임대주택 조성 등의 제약에서 벗어나 마음대로 고급주택을 공급할 길을 터놓은 것이다. 

또한 제19조에서는 토지수용권을 부가하고 있고, 제25조에서는 국공유지를 수의계약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했으며, 제31조에서는 개발부담금을 부과하지 않고, 제40조에서는 법인세·소득세·관세·취득세·등록면허세 및 재산세 등 개발에서 발생하는 각종 부담금을 감면해주고 있다. 한마디로 개발자가 막대한 이득을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래서 이 법은 당시 4대강 사업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수자원공사를 위한 특별법’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도안갑천 개발사업의 문제점
대전시가 추진 중인 도안갑천지구 개발사업은 전임시장인 민선6기 염홍철 시장 시절부터 추진되다 지난 4월에야 대전시의회 심의를 겨우 통과했다. 그러나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가 추진하는 이 개발사업이 제대로 검토되었는지 의문이다. 이 사업은 너무나 많은 문제를 안고 있기에 철회해야 마땅하다. 

첫째, 환경 파괴 문제이다. 개발사업 예정지 주변의 갑천과 월평공원 유역(갑천은 대둔산에서 시작하여 대전에서 대전천, 유등천 등과 만나고 금강으로 흐른다)은 그나마 주변의 각종 개발이 엄격하게 규제되어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보존되어 온 곳이다. 

국토해양부의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에 선정된 갑천은, 조류 천연기념물 201-2호 큰고니, 327호 원앙, 323-2호 붉은배새매, 323-8호 황조롱이와 멸종위기 2급 흰목물떼새, 말똥가리 등 64종이 사는 곳이며, 어류 천연기념물 454호 미호종개, 멸종위기 1급 감돌고기 등 한국 토종 물고기 10여종의 서식 및 산란장이기도 하다. 그밖에도 천연기념물 330호 수달, 멸종위기 2급 삵, 두더지, 너구리, 멧토끼, 멧밭쥐, 대륙족제비, 다람쥐, 청솔모, 도룡뇽, 맹꽁이, 두꺼비, 까치 살모사 등과 상수리, 졸참, 떡갈나무 등 참나무 군락지, 자귀나무, 물오리나무, 노간주나무, 산초나무와 같은 활엽수, 희귀종 낙지다리, 쥐방위덩굴, 땅귀개, 찔레, 청미래덩굴, 댕댕이덩굴 같은 덩굴식물 등 각종 동식물 800여 종이 서식하고 있다.

대전충남녹색연합에 따르면 국가 기관인 국립 생태원에서 갑천의 생태를 본격적으로 연구 조사할 만큼 갑천과 월평공원 일대의 생태 환경은 조류, 어류, 양서류, 식물군락 등이 동시에 공생하는 거의 완벽한 생태 환경이라고 한다. 대도시에서 이러한 생태 환경은 우리나라에서는 갑천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갑천의 생태 환경이 이렇듯 거의 완벽하게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으로 갑천 유역의 개발이 그만큼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그 자체로 훌륭한 생태 공원인 갑천을 옆에 두고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는 5,300억 원을 투자하여 호수공원을 조성한다고 했다. 더구나 3,800억 원을 들여 5,000세대가 넘는 대규모 고층아파트 단지도 건설한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만약 인공으로 물을 가두고 유지, 관리하는 대규모 호수공원이 만들어진다면 환경파괴로 몸살을 앓고 있는 4대강에서 보듯 갑천의 환경파괴는 불을 보듯 뻔하다.
  
둘째, 도안갑천 개발사업은 경제성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호수공원을 조성·유지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대전시는 호수공원 유지 관리에 매년 15억 이상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전시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비용이 이 정도라면 실제로는 매년 수십 억 원이 들어 갈 것이다. 

또한 현재 대전시 인구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도 1만 명에 가까이 줄어들었다. 인근 세종시의 영향도 있고, 출산율 감소 영향도 있을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대전시 인구는 감소하고 있다. 인구는 줄어들고 있는데 주택의 과잉공급을 대전시가 부추기고 있는 꼴이다. 게다가 신규아파트 분양률이 예전 같지도 않다. 이미 대전시 주택 공급률은 100%가 넘는다. 그것도 연립주택 같은 다세대 주택 등을 1주택으로 계산해도 그렇다고 한다. 대전시 관저 3지구는 그래서 아파트를 짓지 않는 것인지 못 짓는 것인지 모르지만, 택지 조성만 해놓고 빈 허허벌판으로 있다. 더군다나 미분양 아파트도 속출하고 있는 현실에서 말이다. 

이미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는 도안 지역에 또다시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짓는 것은 안 그래도 심각한 출퇴근 시간 교통체증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며, 대전시 전체로 볼 때 지역균형발전에도 맞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개발에서 소외된 동구와 대덕구, 중구 등의 도심공동화 문제와 도시재생사업은 외면하고, 동서격차를 심화시키며 대전시 재정 파탄을 가져올 수 있는 사업을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셋째, 그 지역에서 수십 년째 농사를 지어오고 있는 주민들 문제이다. 일부 주민들은 토지수용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주민대책위 구성원 대부분은 수십 년째 농사를 지어오고 있는 그 지역 주민들이다. 이들의 땅을 헐값으로 강제 수용하여 내쫓고 10배 이상 부풀려 되파는 일이 어떻게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대전시에 묻고 싶다. 주민들은 그저 자신들의 땅에서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농사지으며 살고 싶어 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만약 도시생태농업지구로 개발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대전시와 일부 언론은 주민들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주민들이 땅값이나 올려 받으려는 파렴치한 사람들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한다.

   
▲ 시민들이 참여한 '갑천생태순례' 모습. (사진: 김신일 제공)

 

시 당국의 밀어붙이기 불통 행정
이에 뜻있는 대전지역 시민사회 단체와 종교계, 지역주민 등은 대전시의 도안갑천지구 개발사업에 맞서 ‘도안갑천지구 친수구역 개발사업 백지화 시민대책위’(이하 시민대책위)를 결성하고, 호수공원과 친수구역 개발 백지화를 요구하며 농성과 서명운동 등으로 강력하게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대전시는 백지화는 곤란하다며 개발 강행의지를 굽히지 않고 대화조차 하지 않는 불통 행정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8월 3일 대전지역 종교인(대전기독교교회협의회, 실천여성회 판, 성서대전, 대전기독교윤리실천운동, 천주교대전교구정의평화위원회, 원불교 유성교당)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을 파괴하고 열악한 대전시 재정을 파탄내는 도안갑천지구 개발사업을 백지화하고 친환경월평공원·갑천자연하천구간의 습지보호구역 지정과 도안갑천지구 개발사업 부지의 농경지 보전대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하였다. 또한 천혜의 자연환경 파괴와 미래세대에게 현 세대가 잠시 빌려 쓰고 있는 자연환경을 무지막지한 경제개발의 논리로만 계산하여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발상에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도안갑천지구 개발사업 부지와 주변의 갑천과 월평공원은  800여종 이상의 야생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대전 도심의 생태축으로 생태적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 이런 가치를 대전시와 환경부도 인정해 현재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 이러한 도심 내 우수한 자연생태공간은 야생동식물의 서식처이기도 하지만, 경관 기능은 물론 대기오염물질 및 온실가스 저감, 여름철 도시온도 상승 억제, 습도 조절 등 대전의 허파와 같은 기능을 하는 곳이다. 이러한 자연 생태 환경은 사람의 힘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저 하나님이 창조하신 그 모습 그대로 지켜질 때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보존될 수 있는 것이다. 더하거나 뺄 것 없이 이토록 아름답고 귀한 생태 환경을 파괴하고 얻게 된다는 그 어떤 이익도 어리석은 인간들의 허상일 뿐 실상은 무참히 생명을 파괴하고 학살하는 행위일 뿐이다.  

지난 8월 6일 정의당 심상정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환경부가 대전시 ‘도안갑천지구 친수구역 조성사업’에 관한 환경영향평가(본안) 검토의견서를 작성하면서 “갑천 유량과 수질 변화에 대한 예측이 필요하다”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수질(지표)분야 의견서”의 내용을 하나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환경부는 국립환경과학원과 대전시 자연환경조사 결과도 반영하지 않고 검토의견서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되어 해당사업 추진을 위해 고의로 누락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지난 9월 14일 대전시가 국토교통부에 제안한 ‘도안갑천지구 친수구역 조성사업의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국토부와 협의를 마무리했다. 환경부는 생태공원 조성과 층고 제한 등의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환경영향평가와 전략환경영향평가에 이어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한 모든 절차에 ‘동의’ 의견을 낸 것이다. 이제 남은 절차는 국토부 친수구역조성위원회다. 심의를 통과해 국토부 장관이 실시계획을 인가하면 대전도시공사는 곧바로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갈 수 있다. 시 관계자는 “9월 중에 실시계획 인가까지 모든 절차를 끝낼 예정”이라며 “일부 보상 문제가 있지만, 수용재결 절차 등을 통해 최대한 원만히 해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밀어붙이기 행정에 맞선 ‘고함’기도회와 생태순례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 행정에 맞서, 지난 9월 3일 대전지역 기독교단체들은(대전NCC정평위, 대전기윤실, 성서대전, 실천여성회 판) 대전시청 북문 앞 농성장에서 ‘도안갑천지구 친수구역 개발 백지화 촉구 고함기도회’를 가졌다(고함기도회의 ‘고함’은 ‘1.하나님께 아룀 2.소리쳐 외침 3.고난과 함께하는’이라는 뜻이다). 이어 9월 12일에는 시민대책위와 함께 도안갑천 생태답사를 진행했다. 이날 생태답사에 참여한 대전NCC 대표회장인 김철호 목사(마당교회)는 “막상 갑천 현장에 와보니 너무 아름답다”며 “이런 천혜의 환경을 개발 논리에 밀려 파괴되는 것을 지켜만 보는 것은 죄악”이라고 말했다.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복교연, 공동대표 강경민·김형국·박득훈·이문식·정현구)도 9월 9일 성명을 발표하고 도안갑천지구 개발사업을 전면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복교연은 “‘도안갑천지구 친수구역 조성사업’은 지금도 아름다운 하천이 흐르는 곳에 … 대규모 고층아파트 단지를 건설한다는 대전판 4대강 사업이라 아니할 수 없다”며 “대전시는 천혜의 자연을 무분별하게 파괴한 후 분양전망도 불분명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지으려는 망상을 즉각 철회하고, 사업을 백지화하라”고 주장했다.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는 ‘도안갑천지구 친수구역 백지화 촉구 고함기도회’가 계속되며, 전국적 연대를 통해 ‘갑천 생태순례’가 진행될 예정이다. 많은 교회와 기독인들이 기도회에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각 단체나 교회별로 갑천 생태순례를 진행해도 좋겠다. 자연 경관이 아름다운 곳일 뿐 아니라 어린아이들도 힘들지 않게 함께할 수 있다. 대전충남녹색연합(042-253-3241)이나 대전환경운동연합(042-331-3700) 등에 신청하면 전문가의 생태해설도 들을 수 있다. 

하나님께서 모든 만물을 창조하신 후 그 모든 것이 보시기에 좋았다(창 1:25)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또한 성경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사람에게 복을 주시며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창 1:28)고 명령하셨음을 증언한다. 이는 인간의 탐욕으로 아무렇게나 자연을 파괴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하나님의 창조질서 안에서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자연과 생태환경을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이 공존하며 더불어 살아가라는 명령이다. 갑천의 아름다운 자연생태 환경이 부디 그 모습 그대로 지켜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김신일
10년 넘게 청년사역자로 청년들과 더불어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현재 대전에서 복음주의 영역운동의 확장을 꿈꾸며 성서대전 사무국장을 맡아 활동하면서, 배재대학교 강사로 "기독교와 현대사회"를 3년째 강의해오고 있다. 인문학카페 판 대표이면서, 마당교회 공동목회자로도 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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