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보

2019년 10월 2주 (10.13)

주사랑교회 0 518

결혼에 대하여  

                                정호승

 

어미를 그리워하는 어린 강아지의 똥을 

더러워하지 않고 치울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 나무를 껴안고

나무가 되는 사람과 결혼하라

나뭇가지들이 밤마다 별들을 향해

뻗어나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고단한 별들이 잠시 쉬어가도록

가슴의 단추를 열어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은 전깃불을 끄고 촛불 아래서

한 권의 시집을 읽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책갈피 속에 노란 은행잎 한 장쯤은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오면 땅의 벌레 소리에

귀기울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깊으면 가끔은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속삭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결혼이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사랑도 결혼이 필요하다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이며

결혼도 때로는 외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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