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봄꽃, 살구와 아몬드

주사랑교회 0 2,691

성경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무 중에 살구나무가 있습니다.

 

성막의 불을 밝혔던 등잔대는 살구꽃 형상이었습니다.

 

등잔대 줄기에는 살구꽃 형상의 잔 넷과 꽃받침과 꽃이 있게 하고 (출 25:37)

 

하나님이 아론을 제사장으로 택했다는 증거로 꽃이 피어났던 아론의 지팡이 역시 살구나무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이튿날 모세가 증거의 장막에 들어가 본즉, 

레위 집을 위하여 낸 아론의 지팡이에 움이 돋고 순이 나고 꽃이 피어서 살구 열매가 열렸더라 (민 17:8)

 

그런데 살구나무로 번역된 히브리어 '솨케드'는 우리가 아는 살구가 아닙니다. 살구는 과육을 먹는데 솨케드는 과육을 먹는 것이 아니라 열매 안의 씨앗을 먹는 식물입니다. 그래서 영어 성경은 이것을 대부분 '아몬드'로 번역했습니다.

 

최근에 발간된 한국어 성경도 솨케드를 다른 말로 번역했습니다. 표준새번역과 공동번역은 감복숭아로, 우리말 성경은 아몬드로 번역했지요. 감복숭아는 잘 모르겠고 아몬드는 서양 땅콩 정도로 우리가 알고 있는 열매입니다. 

그럼, 애초 솨케드를 살구로 번역한 것이 잘못이었을까요?

 

오히려 살구나무는 솨케드의 가장 좋은 번역어였다고 생각됩니다. 

솨케드는 중동에서 가장 먼저 꽃이 피는 나무입니다. 솨케드의 꽃은 봄을 알리는 전령같은 거지요. 

성막의 등잔대가 왜 솨케드의 형상이었을까요? 

하나님은 밝은 분, 봄을 가져오는 분이라는 뜻일 겁니다. 

아론의 지팡이는 왜 솨케드였을까요? 

아론이 봄을 먼저 아는 솨케드같은 사람, 하나님의 뜻을 먼저 아는 지도자로 선택되었다는 의미겠지요.

 

솨케드에는 '봄'과 '먼저'라는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의미가 담긴 솨케드를 꽃은 본적도 없이 간식으로만 만나는 아몬드로 번역하면 원래 뜻을 전달할 수 없게 됩니다. 반면에 살구꽃은 동요 '고향의 봄' 가사처럼 한국인에게는 복숭아꽃, 아기 진달래와 더불어 봄을 알리는 꽃입니다. 성경에서 솨케드가 가졌던 의미를 더 잘 전할 수 있는 거지요.

 

재밌는 것은 유럽에서 살구꽃같이 봄을 알리는 전령 역활을 하는 식물이 아몬드랍니다. (사실 아몬드와 살구는 식물 분류에서 친척관계입니다.) 아몬드 꽃을 좋아했던 화가 중에 반 고흐가 있습니다. '꽃이 핀 아몬드 가지'는 아주 유명하지요. 

유럽에서 아몬드는 봄과 생명을 상징한답니다.

 

결론적으로 솨케드는 유럽이나 영미권에서는 아몬드로, 한국어로는 살구나무로 번역하는게 제일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성도는 세상에 봄을 알리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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